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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90831

한국은 9월 1일 아침이겠네요.
다들 개강 잘 하고 계신가요?

떠난 지 열흘, 이곳은 휘영청 둥근 달이 길가의 가로등보다 훨씬 밝게 비치는 곳입니다.
밤마다 엠피쓰리 하나 벗삼아 무성한 풀숲을 거닐고 있자면 팔딱대는 심장이 이제야 나 좀 살아있네- 소리치는 것만 같습니다.

어쩌겠어요. 이렇게 삐딱선을 타야만 살아있을 수 있는 녀석인걸요. 서울에서의 지난 3년도 나쁘진 않았습니다. 대학에는 좋은 책과 좋은 수업, 좋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. 눈앞에 놓인 것들을 하나하나 온몸으로 움켜쥐려 버둥거리던 치기어린 나날들이었지요. 실제로 많은 걸 얻었으며 미래를 위해 뭔가를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었습니다. 하지만 어느 순간 내가 가진 것들에 거꾸로 내가 휘둘리고 있다는 생각이 들더군요. 100만원을 가지면 200만원이 가지고 싶고, 200만원을 가지고 나면 300만원을 가지고 싶은 것처럼, 아 물론 이건 돈에만 해당되는 원칙은 아닙니다. 어쨌든 그렇게 가지면 가질 수록 거기에 집착하게 되고,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게 되고, 자꾸만 나를 억누르게 되고, 세상의 구조라는 것에 착 달라붙어서 적응하는 데만 애쓰게 되고, 그렇게 목석처럼 굳어가면서 재미없고 의미없이 생을 소진하고. 풋, 그게 다 뭐라고. 그러던 지난 봄, 만원 지하철에 낑겨가던 어느 날, 문득 집에 전화를 했고, 휴학하고 떠난다 했고, 그리고 이렇게 여기 와 있습니다.

뭐, 여기라고 마냥 즐겁고 날아갈 것만 같겠습니까. 정기적으로 다가와 나를 짓누르는 일들, 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 그 압박감에선 해방됐지만, 사실 그동안 그리도 답답했던 게 단지 그것들 때문이었겠어요? 어짜피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고 나는 그저 어디든 가져다놔도 암흑의 오로라를 솔솔 퍼뜨리는 비뚤어진 녀석인 것을. 어느 순간부터 사람들이 좋은 일이라고 하는 것들에 대해 나는 전혀 기뻐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그들이 나쁜 일이라고 하는 것도 사실 그리 슬픈 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을 뿐입니다. 일상에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조건반사적인 감정들에 몸을 푹 담그고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지만, 그보다도 거기서 뛰쳐나와서 삐딱하게 서 있는 편이 더 적성에 맞는,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녀석인 겝니다.

그래도 여기는 버리러 왔기 때문에 맘이 편합니다.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진 모르겠지만 사실 뭔가를 가질 때보다 버릴 때 더 후련하고 편안하지 않던가요. 그럴 때 나란 사람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되지 않던가요. 그래서 매 순간 느끼고 있습니다. 오길 정말 잘했다고. 더 이상 버릴 것도 없어질 즈음 조용히 돌아가려 합니다. 실은 평생 떠돌아다니며 살 수 있는 위인은 못 되거든요. 돌아가고 싶어서 떠난 거니까요.


by | 2009/09/01 06:12 | 낡은서랍 | 트랙백 | 덧글(9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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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at 2009/09/03 00:01
비공개 덧글입니다.
Commented by at 2009/09/03 04:52
응? 네톤에서 보기로 한 거 아녔음? 근데 왜 내가 들어갈때마다 넌 없냐..ㅜㅜ
나 오프라인 모드로 해놓을 때 많으니까 넌 부디 온라인 모드로 있거라
Commented by EU at 2009/09/03 23:31
귤 잘 있구나! 다행이당 :)
응 돌아올 곳은 언제든지 마련되어 있으니
마음껏 떠나있으렴!
Commented by at 2009/09/18 01:43
아 유진언닝 ㅜㅜ 벌써부터 삼성산이 그리워요
Commented at 2009/09/11 12:03
비공개 덧글입니다.
Commented by at 2009/09/18 01:48
짜식. 아프지 마라.
Commented at 2009/09/12 21:43
비공개 덧글입니다.
Commented by at 2009/09/18 01:51
그립다, 말을 할까, 하니 그리워- 흐엉
Commented by 셩이 at 2009/09/19 12:43

내가 쓴
댓글
지워버렸다 '-'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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